“내가 하고 싶은 건…….”
에스델 노바 시모어
Esther Nova Seymour
초고교급
살인마
FROM
GENDER
17세
BIRTH
HEIGHT
WEIGHT
BELONGINGS
영국
여성
11월 22일
165cm
53kg
매듭을 묶은 책갈피(매자나무 꽃을 압화로 장식했다.), 담요, 스노우볼
가족사진 (헨리와 아샤가 함께 찍혀 있다.)
더이상 말을 더듬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착용하는 옷도 고작해야 입기 편한 끈나시에 가디건이 전부. 단지 매일 리본을 묶는 습관만은 버리지 못했다.
성격
변할 수 없었던, 하고 싶은 것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듯이 에스델 노바 시모어에게도 때때로 그러한 충동이 일곤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침묵했다. 그저 가만히 도서관에 앉아 책을 매만지거나 창밖을 보았다. 언제나 인내에 익숙했고, 타인의 바람에 맞춰 움직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맘때 쯤이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진로 탐색의 시기, 특히나 IHC의 교육을 통해 초고교급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아이에게는 더욱 중요한 분기점… 주변에서 들려오는 “넌 뭘 하고 싶어?”라는 질문에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해서는 안 되는 거야, 라고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는 과거보다 더욱 침착해졌고, 이제 더이상 울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가 물어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을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려고 해. 아직 졸업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까.”
이어지는 것은 고요한 침묵. 그 안에서 수를 센다. 하나, 둘, 셋. 모두가 걱정하지 않을 때까지. 이렇게나 착한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가족들인데…….
…그렇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아니, 지금 나는 평온해. 그러니 '괜찮은' 상태인 게 맞아.
내재된 공격성
점차 누그러질 거라 생각하고 인내했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예민해졌다. 사람이 다가오는 것, 말을 거는 것, 나를 바라보는 것, 전부. 친구들은 모두 친절하고 선생님은 다정하며 가족들은 나를 아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도……. 질풍노도의 시기란 이런 걸까? 아니라면 나는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을까?
차라리 사라져버렸으면, 전부 다. 그런 생각을 처음 떠올린 건 작년 겨울. ‘이제 곧 고등학생이니, 재능을 연마해야겠구나.’라는 친척 어른의 말을 들었을 때였다. 미묘하게도 에스델이 낙제생으로 판명나기를 기대하는 듯한 말투였다. 헨리가 존재했지만, 아직 어리니까.
하지만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더더욱 감정을 억누르려 노력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 떠오르는 충동을 멈추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이후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만약 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온다면…….
…그런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너희는 이미 봤잖아.
기타사항
이제는 방학이 되어서야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IHC의 학생이 된지 이제 6년,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 헨리는 쑥쑥 자라고 있다. 어느새 유치원—당연하겠지만, 사립이다—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말에 무척 놀랐다. 엊그제 옹알이를 한 것 같았는데……. 저번 방학에는 티어넌의 조언을 떠올려 동생의 손을 잡고 걸었다. 겨울이었고, 장갑을 낀 채였지만. 그래도 마음은 포근해졌다.
런던의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 아샤는 최근 관절이 많이 약해졌다. 매일 뛰놀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간식을 잔뜩 받는 바람에 살이 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라도 매일 함께 하지 못했던 에스델은 원인을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부모님 역시 아샤를 무척 사랑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케어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30살까지도 마당을 뛰어놀았으면 하니까.
여전히 도서관에 앉아있을 때가 많다. 다만 책을 읽는 빈도수가 줄었다. 대여한 책도 채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가 생겼다. 마치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사람처럼 멍하니 혼자 사색에 잠긴 모습을 보인다. 툭 건드리면, 깜짝 놀라는 건 여전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시간동안 특별히 공부를 하거나,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어릴 때 해왔던 그대로의 관성적인 수준이라면 계속해왔지만. 여전히 중간 이상 정도로 불릴만한 성적이다. 성적표를 받을 때면 이곳에 오기 위해서 혼자 노력했다는 터너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자신은 혼자서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 탄이라면 혼자서도 가능했을지도 몰라. 정말로 흥미로운 일에는 최선을 다할 것 같으니까.
체육 성적은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친구들로부터 운동에 대한 중요성을 듣거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매일 운동을 한다고 말해준 란이나, 미래의 체육 선생님—그저 지나가는 듯한 이야기였지만, 제법 믿고 있다.—인 박, 그리고 못한다던 사격을 순식간에 잘하게 된 윤까지.
축제에서 독서 퀴즈로 호평을 받은 후부터, 친구들에게 종종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가장 첫번째는 역시 아가시즈에게 건넸던 ‘행복한 왕자’였지만. 독서부의 SNS계정을 통해서도 분기별로 추천 도서가 올라온다. 이렇게나 SNS를 잘 관리할 수 있었던 건 비티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탓에 야구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야구부에 속한 친구들이 경기를 할 때면 응원하곤 했다. 크게 소리치는 않을지라도. 점수를 내거나 좋은 투구를 하면 박수치는 정도인데, 카츠라하타의 경기에서는 고양이 귀를 쓴 채로 자리에 앉기도 했다.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고양이를 좋아하잖아, 그래서.
요 몇년간 연습한 덕에 동양식의 매듭 묶기도 잘 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스스로 리본을 묶거나 머리를 정돈하곤 했으니 요령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매듭을 묶어볼 생각은 한 적 없었으니까, 스미노스케가 알려준 덕이네. 이후로 책갈피를 만들 때는 매듭을 묶어서 장식하기도 했다. 사카가미와 함께 만들기 시작한 압화 책갈피에도 예쁘게 묶어뒀다.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은 책장의 책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아야노코지가 발렌타인에 건네준 초콜릿의 포장도, 마리가 만들어준 공룡 탈도, 베니테즈가 찍어준 사진의 사본도. 축제 때 구매했던 솜사탕과 햄볼도. 모두 방에 잘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케네디가 손에 찍어준 릴레이 스탬프는 지워져버렸어. 미안해……. 대신 종이에 모은 스탬프가 남아 있으니까.
때때로 자신의 방에서 다른 기숙사를 볼 때가 있다. 같은 층이라고 들었던 제이의 방을 주로 보았지만, 안에 있는 제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고…. 대신 아래에 이어지는 풍경과 위그드라실을 감상했다. 가끔은 그 아래에서 나른하게 누워있는 검은 고양이를 떠올렸다. 정말로 이곳에 고양이가 돌아다녔다기보다는, 그런 사람을. 까마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프리뮬러는 고양이를 닮았다고 생각해서. 비슷한 과로는 여우가 있겠지만, 이건 판페이가 닮았다고… 조심히 생각했지만 본인에게 말해본 적은 없다.
부모님을 포함한 친척 어른들은 종종 에스델의 초고교급 재능이 무엇인지 추측하곤 한다. 많은 후보가 오고갔다. 하지만 일관적인 결론은 한 가지였다. 귀족은 태어날 뿐,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 것. IHC의 교육은 너 개인의 교양을 높일 테지만 네가 벨그라비아 공작의 후계라는 사실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걱정할 것 없노라. “어떤 재능으로 인정받더라도, 너는 후대의 공작일 테니 안심하렴.”이라고. 몸에 흐르는 푸른 피를 믿으라고.
그 말처럼, 당대 공작인 아버지의 후계에 대해서는 거의 정해진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더이상 이에 반발하는 이는 없을 터다.
최근에는 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대신 담요를 몸에 덮은 채 멍하니 있는 일이 잦다.
친구들을 무척 좋아한다. 분명 그랬다. 차라리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라면 좋았겠지만, 그 점이 문제였다. 너무나 착하고 친절한 친구들. 모두와 하나둘 쌓아왔던 추억들 전부가 소중하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이라도 갑작스레 말을 걸어오거나, 만지거나, 자신을 빤히 바라본다면 순식간에 긴장했다. 아, 그래. 너무 놀란 나머지 제이를 밀쳐버린 아야노코지. 나는 그 애의 행동을 이해했어…….
하지만 정말로 사라졌으면 하거나, 조용히 시키기 위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버린 건 친척 어른의 질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직까지는.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바라보는 게 더 편하다. 물건은 움직이지 않잖아.
다변적인 상황에 무척 약하다는 걸 스스로도 깨달았다. 알 속에 숨고자 한다. 두꺼운 알껍질 안에서, 세계를 그저 바라보는 거야. 가만히…….
텍스트 관계
카야 아가시즈
중등부 때와는 조금 달라진 느낌이야. 아가시즈는 마치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상냥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어.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네게 추천해준 책이 도움이 되었던 거라면 좋을 텐데…….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그때마다 담요를 덮어주거나 핫초코를 내어주거나 해. 대신이라고 해야할까? 나도 아가시즈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고 있어. 친절한 선생님이구나.
로베나 비티
비티는 계속 독서부에 남아줬어. SNS계정을 운영하는 방법도 항상 비티에게 배웠는걸. 그 덕분인지 이 계정을 봐주는 사람이 무척 늘었어… 이건 전부 네 덕분이야. 게다가 최근에는 책 한 권을 전부 읽는 것도 성공했어. 항상 도중에 잠들곤 했는데… 정말 대단해. 그래서 ‘올해의 완독왕’ 상장과 비티 전용의 왕관도 만들어줬어. 완독왕은 나중에 들어온 후배들에게도 줄지 모르지만… 이 왕관은 비티만 만들어줄 거니까. 저기, 이제 너도 책을 좀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
윤베릴
윤에게 부탁할 때는 여전히 100원을 주고 있어. 하지만 나도 이제는 키가 컸으니까 책은 혼자서도 올릴 수 있어. 사다리도 있고……. 그래서 요즘은 윤에게 다른 걸 부탁해. 물건을 살 때 같이 가달라거나, 대신 주문해달라거나, 얼마 전에는 불량인 물건을 환불할 때 도움을 받았어. 얼마 전에는 ‘보물섬’을 추천해줬는데… 어때? 주인공이 무척 용감해. 마치 윤, 너처럼.
사샤 앰브로즈 티어넌
티어넌은 좋은 조언자야. 나는 동생이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종종 걱정되었는데… 티어넌에게 물어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해주곤 했어. 여동생을 무척 좋아하니까, 동생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잘 아나봐. 최근에는 어떤 선물을 해주면 좋을지도 물어봤는데, 바로 답을 알려주었거든. 다음에도 궁금한 게 있다면 물어볼게. 이제 소매는 무서울 때가 아니라, 궁금할 때 잡게 되었는지도 몰라.
란 이비
란이 예전에 매일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 이후로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산책하러 가곤 해. 이른 아침이나, 식사한 후에… 걷다보면 란을 만날 때가 많아. 그럴때면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란이 만들어준 인형의 기능에 대해 배우기도 해. 덕분에 이제는 나도 AI 인형을 잘 다루게 된 것 같아. 어쩐지 산책 친구같네, 우리.
카츠라하타 세이시로
…경기 중에 관중석을 전부 확인하지는 못할 테니까, 못 볼 거라고 생각하고 쓴 머리띠였는데… 카츠라하타가 나를 보고 반응해줄 때가 있어. 그럴 때면 조금 부끄러워서, 앞사람 뒤로 숨어버리게 돼. 물론 응원하려고 착용한 거지만, 그렇지만……. …그리고 카츠라하타는 종종 도서관에 방문해줘서, 그때마다 준비해둔 간식을 나눠주거나 책을 추천해줘. 얼마 전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추천해줬는데, 어때? 소인에게 둘러쌓인 걸리버가 꼭 고양이에게 둘러쌓인 카츠라하타를 닮았어.
에이쥰 스미노스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한동안은 스미노스케의 집에 놀러가지 못했어. 대신 방학 동안 여행한 사진을 보내주곤 했어. 그러면 스미노스케는 답으로 일본의 일상적인 풍경을 보내주고. 언젠가 꼭 함께 가고 싶을 만큼 평화로운 사진이었어. …그리고, 최근에야 다시 일본에 찾아갈 수 있게 되었네. 여전히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가족이구나. 도서관에도 언제든지 놀러와. 예쁘게 머리를 묶어줄게. 네가 가르쳐준 매듭도 이제는 잘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