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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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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모든 게 조용해졌어. "

 초고교급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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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m_oae 님 커미션

“아,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

……드디어 모든 게 조용해졌어.”


타인의 감정을 알아챌 때마다 괴로웠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주친 눈에서 모종의 기대를 엿볼 때마다, 나를 향한 사랑을 느낄 때마다 말문이 막혔다. 네,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요. 그 입장을 이해해요. 숨소리를 가만히 듣고 들이마시거나 내쉬는 호흡을 가만히 느끼다보면, 데일 것처럼 뜨거운 체온도. 허공에 흔들리는 머리카락도. 눈을 깜빡이는 소리조차 전부 들리는 것 같아서…….


타인을 바라볼 때마다 그 모든 정보는 시신경과 후각과 청각, 이따금은 촉각을 통해 대뇌로 전달된다. 수많은 정보가 조용한 세계를 깨트리고 폭력적으로 뇌세포를 자극한다. 그것은 순식간에 기억으로 전환되어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머릿속 언저리에 자리잡는다.


아,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복잡한 존재인 걸까?


조금만 더 단순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왕이면 더 조용한 생물체였다면 좋았을 텐데. 말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타인을 사랑하지 않고 숨소리도 나지 않고 체온도 존재하지 않고 털도 나지 않고 눈을 깜빡일 필요도 없는 종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인간이 조용했으면 좋겠어.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축 늘어졌으면 좋겠어. 죽었으면 좋겠어. 아, 맞아, 나는 항상 사람을 죽이고 싶었어……. 내 눈앞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냥, 그냥, 전부 죽고 조용한 세계가 완성되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완전한 세계에서 홀로 남고 싶어.


원하는 건 언제나 하나 뿐이었다. 나를 이렇게나 자극하는, 모든 사람이 죽어버리기를. 그 안온한 정적 사이에서 타인의 감정도 생각도 앞으로의 일도 모두 잊은 채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기를. 차분하게 가라앉은 책 냄새, 오래된 종이의 질감, 피부에 와닿는 서늘한 기온, 공중을 떠도는 작은 먼지 정도나 가만히 눈으로 바라보며 따뜻한 피 웅덩이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를……. 그 순수한 살해욕구는 가히 살인마라 일컫기에 모자람 없을 테니.


푸른 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너른 바다를 제것이라 주장하며 노략질을 일삼고 먼 대륙의 마른 흙을 피로 적셨던 것이야말로 왕국이 자랑스레 여긴 공훈의 본질이니, 그 피는 당연하게도 살인의 혈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난 비로소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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